소외된 일상에 작은 봄바람을

“사람들 소리 들으면서 걷고 싶어요. 고요한 것도 좋지만, 너무 고요하면 마음까지 쓸쓸해져요.”

엄○○ 어르신은 좁은 방에서 10년 넘게 혼자 지내고 계십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기초연금에 의지해 생활하다 보니 근처 병원 가는 길조차 쉽지 않습니다. TV 소리는 늘 크게 틀어져 있고,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시곤 합니다.

"밖에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을 하시면서도, 스스로를 다그치십니다. “괜히 민폐일까 싶어서요.” 하지만 어르신이 꿈꾸는 하루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봄바람 쐬면서 사람들 이야기 듣고, 같은 처지 사람들과 같이 웃고 싶어요.“

이웃들의 마음에 웃음을 피우는 방법

지난해 우리는 24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거제도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는 한 어르신은 조심스레 말씀하셨죠. “바다 냄새가 나네요. 나 어릴 때 냇가에서 놀던 생각이 납니다.”

자연 속에서 함께 맛본 따뜻한 식사, 오랜만에 들이마신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람들과 나눈 소소한 대화. 모두가 처음처럼 설레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어르신의 말씀에 우리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올해는 그 기쁨을 더 많은 이웃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특히 홀몸 어르신, 장애인, 저소득층 재가 어르신들을 우선 선정하여, 소외된 일상에 따뜻한 바람이 스며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작년 나들이를 다녀왔던 허○○ 어르신

“살면서 이렇게 멋진 데를 와본 게 처음이네요.” 허○○ 어르신은 조용한 골목에서 오랜 세월을 혼자 살아오셨습니다. 나들이 당일, 거제도 케이블카에 올라 내려다보는 바다를 바라보시며 두 손을 꼭 잡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TV에서만 보던 거였어요. 내가 이걸 진짜 타보게 될 줄은…”

어르신은 무릎 관절로 거동이 불편하고 대중교통 이동이 어려워 자신의 발로 부산 시내를 벗어난 게 수년 만이었습니다. 식물원에서 작은 화분을 보며 손 끝으로 꽃잎을 어루만지던 모습, 식사 중 함께 앉은 옆자리 어르신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시며 웃으시던 순간.

“다음에 또 갈 거니까, 꼭 연락줘요.” 웃으시며 전하신 이 한마디는 단순한 ‘체험’이 아닌, 삶의 기억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작년 나들이를 다녀왔던 장○○ 어르신

“다녀온 뒤에 처음으로 전화번호 저장했어요.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거든요.” 장○○ 어르신은 혼자 생활하시며 복지관의 서비스를 이용해 오시던 분입니다. 주변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고, 평소엔 “혼자 있는 게 편하다”며 대화를 피하시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제도 나들이에서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과 우연히 고향이 같다는 걸 알게 되셨고, 식사 중, 케이블카 안, 그리고 식물원에서 나란히 걷는 동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들이 후, 어르신과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연락은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폰을 더 자주 들여다봐요. 누가 내게 연락할지도 모르니까요.” 어르신의 말에는,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다시 열리고 있다는 따뜻한 증거가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햇살을 비추는 일,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이 누군가의 쓸쓸한 하루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바꿔줍니다.

 

"누군가의 어깨에 햇살을 얹는 일, 바로 지금 당신의 마음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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